"왼손은 거들 뿐" 2012. 2. 28. text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레이아웃, 색, 타이포그래피가 아니라 내용과 기획력이다.

최근 디자이너 스스로 디자인을 매체로, 디자인을 대상으로 한-비판적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작업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디자인 스스로 만들어내는 의미는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이 비디자이너(non-designer)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디자이너들 그들만의 사회에서 얼마간 회자된다고 해서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디자인은 가치 있는 것을 디자인할 때 가장 좋은 디자인이고 빛나는 디자인이다. 그동안 전공서적이 만들어낸 디자이너라는 환상은 사실 참 보잘것없고, 의미 없는 것들이었다. 디자인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가당착적 의미보다는, 좀 더 public하고 universal한-공공적이라는 말로 쓰기에는 모호함이 있어서 영단어로 표기- 의미를 내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작업은 왼손의 역할에 해당했다. 타자에 의해 의뢰를 받고 작업을 진행하여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작가'적 활동들을 통해 조금 다른 과정의 작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사진의 발명으로 회화가 '사실을 묘사하는 도구'라는 역할로부터 멀어지고 스스로 '작품'이 되는 과정처럼 어도비 제품군을 위시한 작업툴의 발전으로 수월해진 작업과정과 넘쳐나는 디자이너로, 디자인 또한 스스로 작품이 되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디자인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의미가 과연 일반 대중들에게도 의미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롤랑 바르트의 신화화와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명제를 통해 이해해 보고자 하는 디자인의 이러한 자가당착적 의미부여에 대해서도 역시 일부분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견해에 따라 달리 볼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디자인의 '작품화'의 선례를 보면 그 과정만을 이용한 기회주의적 '작가'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진중하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들이 아닌, 신변잡기적 주제와 과정, 스타디자이너를 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그런 '작가'들 말이다.

결론으로, 디자인은 스스로 의미 없는 '작품'으로 존재하려 하기보다는, 유의미한 내용과 기획의 작업들을 돕는 왼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쪽이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고 작품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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